열두 살 제시는 몬트리올 도심 빈민가에서 궁핍하고 무관심한 부모와 살고 있지만 자신이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이 힘들고 고달픈 제시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동네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자신의 영웅이 승리하는 것을 보는 일이다. 어느 날 수년째 마약에 절어 살던 엄마가 집을 떠나버리자, 제시 남매는 엄마를 찾아 거리를 방황한다. 그러나 제시가 찾은 엄마는 이미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망가져 있고, 그토록 열광하던 레슬링 경기도 결국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제시는 혼란에 빠진다. 아나이스 바르보 라발레트의 장편데뷔작인 [링]은 극도로 참혹한 현실에서 순수함을 잃어가는 어린 영혼이 어떻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역의 막심 데자르댕은 전문배우가 아닌 실제 몬트리올 빈민가 출신으로, 그의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한 슬픔은 관객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