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돌>을 보노라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스토리로 요약하는 게 불가능한 이 영화는 티벳의 소년 라마승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게 전부다. 극적인 드라마나 사건 하나 없이 그들의 삶을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옮겨 놓기 위해 실시간을 그대로 담은 듯한 롱 테이크와 객관적인 느낌의 고정된 카메라와 롱 쇼트의 형식을 빌었다. 그리고 티벳 승려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 모두 현지인들을 기용하였다. 심지어는 영화 속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실제 티벳 오페라 단원들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그들의 일상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가운데 가장 극적인 순간은 소년 라마승의 어린애다움이 드러날 때일 것이다. 좋아하는 TV시리즈물의 디스크 박스를 가슴에 안고 손오공 마스크를 쓴 붉은 승려복의 소년. 그에 관한 모든 것은 이 짧은 정면 쇼트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험준산악의 티벳 풍광과 라마승의 생활이 이국적이고 생소할 지라도 그 속의 사람들은 결국 어디나 다 비슷한 것이다. 티벳어와 문화를 전공하고 북경 영화 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배운 완마차이단 감독은 그 다르지 않은 일상을 깊은 시선으로 담았다. (부산국제영화제 - 강소원)